081223

스물아홉 생일을 보내고, 삼삼오오 모여있던 당신들과 헤어지고 집에 오니 새벽 1시 30분. 이제는 생일잔치의 마무리 순서로 자리잡아 버린 선물 사진을 찍고 새벽 2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으로 쉽게 잠이 들지 못했어.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정말 오버라고,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에, 소중한 당신들이 곁에 있어줘서 내가 얼마나 복 받은 건지 새삼 깨달으면서 가슴이 참 벅찼다. 한두해 해온 생일도 아니고 8년 째 맞는 올해 괜히 새삼스럽네.

K 언니... 이번 생일 한달 전 예약했던 장소가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살짝 걱정했는데, 언니가 소개해준 GAGE에서 더 아늑하고 화기애애하게 치룰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늘 가까이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부족한 동생 도와주시는 거 항상 감사드립니다.

Y... 매년 생일할 때마다 격려해주고, 긍정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늘 먼 계획처럼만 생각했던 '부부동반'이 실현될 수 있게 결혼 후에도 의리 지켜주고, 자리 지켜줘서 정말 고맙고. 우리 진짜 내년에는 오빠랑 같이 보자. 다들 보고싶어 할거야.

Ray... 조용하고 꾸준하게 내 곁에 있어주는 소중한 동생. 내가 누나이지만 때로는 오빠보다도 든든하게 가장 필요한 그 자리에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예쁘고 순한 마음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것도 보기 좋고.

J... 겉보기엔 무뚝뚝할 것 같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남자보다 사근사근 다정한 J. 사실은 내가 겉보기 보다 덧정 없는 편인데 우리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건 네 속이 깊고 다정다감 해서인 거 같아.

Rose... 나 사실은 어젯밤에 컵케익 생각하다가 나도 몰래 울컥했다. 너 집이 양재고, 사무실이 여의돈데... 컵케익 상자가 꽤 큰데 그걸 들고 홍대까지 온 걸 생각하니까 그 정성이 더 크게 느껴져서. 우리 인연 이렇게 예쁘게 이어가는 거여.

Jane... 천안에서 와 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인데 하이원에서 보딩 마치고 날아오시느라 고생하셨시유. 나는 진짜 니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가끔 생각해. 그러니까 진심으로 너는 나한테 엄마랑 동생만큼 가족이야. 못난 시스터 큰 마음 씀씀으로 돌봐주는 거 늘 감사해. 내가 뭐라고 날 보러 멀리서 오나, 싶었다. 새삼.

Y 씨... 어색한 자리일 수 있었는데 Jane이랑 함께 천안에서 와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모임 원래 커플이면 같이 와야 되는 거에요, 꼭. 내년에도 또 뵈요. 그리고 우리 조금 더 친해져요, Jane이랑 저랑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자매니까... 헤헤.

HI... 수원에서 7시 30분에 출발했다고 하더니 정말 칼 같이 한시간 만에 오는 모습에 나 또 한번 깊은 인상 받았어. 표현은 많이 안해도 너의 도반으로서의 한결 같은 의리, 우정은 자주 느낀다. 근데 나는 그만큼 못 되는 거 같아서 미안할 때도 많다. 그래도 내 맘 잘 알거라고 믿어.

Q... aka Sims. 내가 참 못 됐는데, 그거 종종 보기도 하고 알면서도 나 한결 같이 대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 엄청 썰렁한데 내가 한 얘기에 웃어주는 거의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너야. 그만큼 나도 니가 참 좋아. 내년에는 여친님 모시고 와, 알았지?

JH... 나의 유일한 여고동창 친구. 드디어 올해부터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감개가 무량해. 내 어린시절의 미숙함과 나이 서른을 앞둔 지금의 미숙함도 다 지켜봐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항상 날 감싸줘서 고마워. '내가 있잖아' 라고 서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사이라서 감사해.

Y... 늦게까지 일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잠깐 얼굴보러 들러줘서 고맙다. 너의 '약속한 바는 지키려는' 모습에 항상 감동한다. 고마워.

어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결혼 했어도 늘 내 생일은 언제건 꼭 챙겨주는 Y 언니(그리고 형부^_^), 아줌마도 오고 싶었다고 강변하던 우리 씩씩한 S 언니,영국에서 크리스마스(겸 생일) 카드 보내준 Y, 영혼의 쌍둥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독일에서 보내준 텔레파시 받았다고 우기고 싶은 YL, 생일 오고 싶다고 싸이 쪽지로 서운한 마음 듬뿍 담아 보내준 미국 있는 내 후배 HW, 미리 못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고 일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전화해준 J, 코맹맹이에 야근까지 했는데 생일축하한다는 인사하려고 전화챙겨준 JN.

그리고 그 밖에도 문자와 전화로 생일을 축하해준 나의 소중한 사람들...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정말 감사할 수 밖에 없고, 감사하는 만큼 더 많이 낮춰야 겠다고. 결점 투성이의 나 같은 사람 곁에 어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 그거 생각하면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하심해야 하는 거야.

진심이 진심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 세상에서, 나의 어설픈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봐 줘서 고맙고, 또 다시 그걸 진심으로 보여준 당신들에게 너무도 감사해. 자꾸 말하면 지겹겠지만 정말 내 맘 더 보여줄 수 없는게 아쉬워.

8년 전에 이 생일모임 시작할 때는, 소중한 인연 잘 이어가자고 시작 했었어. 사실 매년 하면서도 '내가 유난스러운 거 아닌가' 같은 고민이 반복되지만 정말 당신들이 있어서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합니다. 이번 생애 친구로 인연 맺어 좋은 회향으로 한걸음씩 같이 나아가 주셔서.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새해에는 서원하는 바 모두 이루길 기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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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환상의 생각

    Tracked from daphnie's me2DAY 2008/12/24 17:52  Delete

    어젯밤에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서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간지럽다고, 유난스럽다고 해도 좋다. 8년째 같은 날 소중한 시간을 날 위해 비워준 친구들에게 정말정말 감사한다. 얘들아, 생일모임 10주년이 되는 그 날… 우리 꿈★같은 계획을 이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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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일, 델리에서의 마지막 날.
델리 시내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팔리카 바자(Palika Bazar)를 가는 길에 거지를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성도시 구르가온에서 델리를 향하는 택시 안에서 찍은 인도의 도로. 차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릭샤 아래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다시피 한 그 거지 노인은 다리가 다쳤는지 주저 앉은 채로 차 사이를 힘겹게 기어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마르고 왜소해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우리 릭샤 바퀴에 바싹 다가서기 전에는 곁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미 꽤 먼 거리를 달려오며 차가 서 있을 때마다 구걸을 하는 아이며 어른이며 몇몇의 거지를 보았지만, 서 있지도 못한채 말 그대로 복잡한 델리 시내 도로 한 가운데를 '기어다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현지인인 릭샤 운전사도 승객석에 앉아있던 우리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일행인 롭상 라(la)가 다급히 동전 몇 개를 쥐어주며 그 거지에게 힌디어로 뭐라고 일렀는데, 손짓을 보니 위험하니 도로가로 물러나라고 하는 눈치였다. 노인은 동전을 받고 머리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고 겨우 몸을 이끌며 사라졌다. 아무 생각없이 롭상 라와 '사람이 거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찰나,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 맞은 것처럼, 온 마음이 얼얼해졌다.

"아, 싯다르타여."

인도에 오기 전부터 휴가를 위해 미리 끝내야 되는 회사 업무에 정신이 팔려 준비는 커녕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게다가 출발 직전 원래 경유지였던 방콕 공항 폐쇄에 인도 뭄바이 지역 테러까지... 인도행 자체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델리와 뭄바이는 매우 먼 거리지만 가족과 친지들의 우려는 컸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인도에 도착한 이후에는 인도행의 주목적인 TSG 컨퍼런스(Tibet Support Groups Special meeting)로 머릿 속에는 온통 '티베트', '티베트', '티베트' 뿐 이었다. 그렇게 눈 앞에 닥친 일들만 바라보느라 내 생에 처음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나고 자라 깨달음을 얻고 가르침을 설파하신 장소인 인도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는 깡그리 잊고 있었던 거다.

결국 델리 시내에서 거지 노인을 만날 때까지 무명에 사로잡혔던 나였다. 그리고 그 노인을 만난 한순간에 싯다르타 왕자가 몰래 궁궐의 담을 넘어 만났던 생. 노. 병. 사... 중생사의 고(苦)를 목도했을 당시가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2천 5백여년 전 싯다르타가 느꼈을 알 수 없는 감정도 내가 지금 느끼는 이것과도 어딘가 같지 않을까 감히 짐작했다. 아픔, 혼란, 분노가 뒤죽박죽이 되버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이상한 마음의 소용돌이. 이후 그는 출가해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되어 모든 인간은 불성을 지녔기에 제도에 상관 없이 평등하다는 가르침 펼쳤다. 수천년이 지난 현재의 나 역시 수천년 전의 싯다르타가 마차 사이에서 만났었을 거지 노인을 보았다.

도대체 몇 겁의 시간이 더 흘렀어야 되는 것일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거지 노인으로 인해 마음이 얼얼해져 버린, 또 다른무명 속의 중생인 나를 보셨다면 무엇을 말씀하셨을까.

어떤 한 단어도, 혹은 수십 수백 줄의 문장도 내가 당시 느꼈던 마음의 무언가(감정? 기분? 깨달음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했을 그 무엇)를 정확히 묘사해 줄 수 없다. 단지 어릴 적부터 막연히 상상했던 '이 세상과의 인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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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환상의 생각

    Tracked from daphnie's me2DAY 2008/12/12 18:15  Delete

    단상. 누군가 알아주기 보다 그 때 느꼈던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아 비행기에 타자마자 닥치는대로 종이에 적어낸 글을 정리했다. 사람은 어리석기에, 자신에게 가르침을 줬던 경험을 쉽게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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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요즘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를 한편 만났다. KBS에서 방영 중인 <그들이 사는 세상>.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가 어찌나 가슴을 후벼파는지. 내가 미투데이에 올린 '드라마가 아프게도 후벼파네'라는 글에 미친(미투데이 친구) 한 분이 '그게 노희경 작가 특기'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정말 공감한다. 전작들보다 색깔이 밝아진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잔인할만큼 사실적으로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이나 이별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특히나 지오(현빈)가 지겹고 질퍽한 과거 연인과의 이별 후 방정리를 하다 우연찮게 넘어지면서 참아왔던 짜증과 설움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서는, 한번 쯤 이별을 경험해 봤던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공감했으리라. 이별 후에 잘 견딜 수 있고, 생각보다 별로 아프지 않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다가 매우 사소한 일상에서 터져버리는 설움. 꾹꾹 눌러오고 숨겨온 만큼 그 슬픔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의미 없는 시간마저 견뎌내며 오랜시간 질질 끌어온 관계라면 그 슬픔은 온갖 원망, 연민, 자책이 뒤섞여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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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쿨짹 2008/11/06 04: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도 이거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정말 대사가 가슴을 후벼파서 아플까봐 아직은 감히 못보고 있어...

  2. q 2008/11/16 12: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댓글테스트 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