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였나, 타국에 있는 친구 장김 양으로 부터 반가운 메신저 알림이 뜬다. "너희 회사 주소가 뭐였지? 00구 000로 0가 였던가?" 아무래도 내가 예전에 줬던 명함을 보면서 확인하는 모양인데, 그 이후로 변한게 없으니 주소는 틀릴리 없다. 조만간 반가운 무언가가 당도할 거라고 귀띔 이상은 말해주지 않는 장김. 그 사이 직딩답게 각종 업무와 스트레스에 치이던 나는 '반가운 무엇'을 까맣게 있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팀 직원이 책상 위에 놓고간 엽서 한장. 눈에 익은 글씨체들이 엽서 한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장김과 최데렐라. 그녀들은 내가 지금보다도 더 철없던 대딩 시절의 질풍 노도를 함께 겪으며 '유가릿(You got it)'이라는 사조직을 함께 결성한 멤버들이다. 4명의 친구들 중 둘은 각각 영국,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고, 나머지 둘은 서울에서 직딩의 삶에 순응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 4명의 친구가 다 같이 모인 건 2년 전이던가, 유럽에 있는 친구 둘이 방학을 맞아 비슷하게 한국을 찾은 즈음이었다. 그 둘을 빼고 서울에 있는 나머지 둘 만이라도 자주 볼 법한데, 먹고사니즘이 뭔지... 그 흔한 문자 한통 전하지 않은지 한참이다. 

친구들이 엽서에 정성껏 써놓은 글자 하나 하나를 읽는다. 단어 하나, 문장 한줄 읽어 내려가는게 이렇게 아쉽고 아깝게 느껴지는게 얼마 만일까. 한숨 한번 짓고 엽서를 내려 놓는다. 한가지 생각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립다.'

지금에야 돌아보면 어린 날의 치기 때문이었을 뿐인데 그때는 뭐가 그리 힘들고 서러웠는지...
우리가 함께 울었던 스물 몇해의 그 시간이 그립고,
우리가 함께 불렀던 Roy Orbison의 You Got it이 그립다. 

생각해 보면 삶은 그리움의 연속. 사람들은 일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나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친지에 대한 그리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 세상을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그립고 그립고 그리워 하다가 결국 또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장김, 최데렐라야!
이제와서 고백하건데, 내가 2001년 봄에 그대들을 만나 불러줬던 'You Got it'은 중학교 때 감명 깊게 봤던 영화 'Boys on the side' 때문이야. 굴곡진 삶의 모습을 지나쳐 결국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던 세 여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좋은 친구들이 생기면 꼭 저 노래를 불러줄 거라고 다짐 했었거든. 

우리 넷이 다시 만나 You got it을 부를 날이 가까우리라 믿는다. 우리들 다른 개성만큼이나 앞으로 사는 모습이 달라져도 이 노래 한 곡 같이 부르며 지난 날을 추억할 여유조차 잊고 살지는 않겠지? 함께 한 자리에 모일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질풍일상을 열심히 살아내자고. 

Posted by HanSang